목록느낌표!!!!!!/오늘의 단상 (52)
From Now On...
누이여 또다시 은비늘 더미를 일으켜세우며 시간이 빠르게 이동하였다 어느 날의 잔잔한 어둠이 이파리 하나 피우지 못한 너의 생애를 소리없이 꺽어갔던 그 투명한 기억을 향하여 봄이 왔다 살아 있는 나는 세월을 모른다 네가 가져간 시간과 버리고 간 시간의 얽힌 영토 속에서 한 뼘의 폭풍도 없이..
산길을 돌며 예전에 심은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너무 빨리 커버린 것을 바라보며 감회가 깊습니다. 나무는 나에게 늘 시를 주고 싶어 합니다. 내가 심은 나무가 더 커서 나를 내려다보는 아침. 나는 문득 그와 헤어질 어느 날을 생각하며 나직이 묻습니다. "내가 죽으면 네옆에 묻힐까?" "글쎄..." 왠지 곤..
미국 사람에게 내가 물어보았다. 미국사람들은 컨트리뮤직을 왜 좋아하는거에요? 그저...밥 먹고, 퇴근해서 저녁 먹고, 맥주마시면서 TV 보다가 잠들고, 토요일.일요일이면 잔디나 좀 깍고, 월요일이면 또 그저 반복되는 생활. 컨트리뮤직은 그런 노래에요. 그저그런 생활을 노래로 만든...보통 사람들 ..
사진 Bilal Zaheer 봄볕의 따스한 손길 닿는 곳마다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면서 산수유와 목련 개나리와 진달래 꽃망울 터뜨리고 게으른 모과나무 가지에도 새싸들 뾰족뾰족 돋아납니다 아직도 깊은 잠에 빠진 능소화와 대추나무 마구 흔들어 깨우려는 듯 횡단보도 아랑곳없이 한길을 가로질러 ..
내겐 허무의 벽으로 보이는 것이 그 여자에겐 세상으로 통하는 창문인지도 몰라 내겐 무모한 집착으로 보이는 것이 그 여자에겐 황홀한 광기인지도 몰라 누구도 뿌리내리지 않으려는 곳에 뼈가 닳아지도록 뿌리내리는 저 여자 잿빛 담장에 녹색의 창문들을 무수히 담고 있네 질긴 슬픔의 동아줄을 엮..
잊혀진 상처의 늙은 자리는 환하다 환하고 아프다 환하고 아픈 자리로 가리라 앓는 꿈이 다시 세월을 얻을 때 공터에 뜬 무지개가 세월 속에 다시 아플 때 ......허수경, <공터의 사랑> 중에서 무언가 아주 사소한 것을 찾는데 한 시간이 걸린다. 삼 년만에 또 이사를 한 지금 아주 사소한 것이 아주 ..
MAXIMILIEN LUCE (1858-1941) LA BAIGNADE DANS LA CURE OIL ON CANVAS,18 x 24.25 INCHES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 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