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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서랍 속 앨범/나의 디카

그 옛날...

오렌지 향기 2008. 6. 5.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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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흠....꽃향기가 풀풀 나는 사진이네요.

              아이들은 꽃 속에서나 물 속에서나 언제나 자연스럽지요.

              이렇게 예쁜 사진만 보아도 가슴이 환하게 밝아져요.

              저도 저렇게 꽃 나무 사이를 뛰어다니며 놀던 짧은 기억이 있어요.

              대전에서 서울로 이사 가기 바로 전 일 년 동안을 꽃이 많은 산근처 동네에 살았었거든요.

              매일매일 들로 산으로 쏘다니고 말 그대로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며 놀았었어요.

              그땐 무덤가엔 어김없이 할미꽃만 피어있는 것으로 알았고,

              나비를 만지면 나병이 걸리는 줄 알았고,

              뱀과 여우는 깊은 산속에서 변신하는 줄 알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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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속에서 친구들과 놀다보면 뒷 집에 사는 서울대 오빠는 예수에 미쳤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그 오빠가 맑은 얼굴로 산속에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그 평화로운 옆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네요.  저렇게 맑고 잘 생긴 오빠가 미쳤다니....가끔 찬송가를 혼자 부르며 기도를 하더라구요.

             지금 생각하면 너무 가엾지요. 

 

 

 

 

 

 

 

 

 

            제 친구는 예쁘게 생겼는데 왕대포집 딸이라 아깝다고 어른들이 혀를 차는데

            왕대포집이 무슨 커다란 부잣집인 줄 알던 저는 왜 그렇게 예쁜 아이를 어른들이

            안타깝게 쳐다보는지 영문을 몰랐었지요.  엄마가 집을 나갔다는 사실은 저도 좀 슬펐지만

            친구와 옥상에 올라가서 멀리 가물가물 보이는 것이 아지랭이라면서 그곳엔 백년 묵은 향나무가

            있고, 마치 꿈 속 같은 저 먼 곳을 언젠가는 가 보리라 말하던 친구의 아득한 얼굴이 생각나네요.

            까맣고 못생겼던 저는 생각만 많고 잘 표현할 줄 모르던 미성숙아였어요.

            서울에 초등3학년에 전학 와서 만화책을 무지 좋아하게 되었는데

            만화가 이름이 제가 있던 대전 시골학교 같은 반 남자아이 이름인 것을 처음 알고

            그 애한테 전학간다고 말도 하지 않고 떠나온 게 너무 후회가 되더군요.

 

 

            지금도 뽀샤시하게 떠오르는  얼굴과 시골길  

            높은 미루나무와 구름들

            맑게 흐르던 시냇물과 조약돌

             이런 모든 것들이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때에 많이 그립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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