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Now On...
풍년인가 흉년인가 본문
충청도는 올해 과실도 벼도 너무나 풍년이라고 좋아한다.
경상도는 여름에 비가 너무 와서 아주 흉년이라고 울상이란다.
해외에 사는 동포들은 한국이 이번 여름에 비가 너무 오더니 농사까지
망친 것 같다며 기상이변을 탓하고....
풍년도 흉년도 전부 자기 기준으로 이야기를 하니 도대체 모르겠다.
이제 나이도 나이니 만큼 가을을 맞이하는 내 마음도
예전처럼 지나가는 슬픔과 눈물겨운 추억이 가슴을
설레게 하지는 않지만 내가 살아온 것이 농사를
잘 지은 것인지 때맞춰 물은 잘 준 것인지 생각케한다.
언젠가 생각했던 향기롭게 나를 물들일 것 같은
그런 인생의 황혼은 아닌 것 같다.
어떤 시인은 말했다.
죽은 나뭇가지에 앉은
새의 날개도 노을에 흠뻑 젖는 것이라고...
좋아질 것이라는 말은 부패한 형용사였나보다
나이 사십이 되면 탱고가 좋아질 것이라고
나이 사십이 넘으면 위스키가 좋아질 것이라고
나이 오십즈음 되면 폭력적인 질문과 결정 속에서
느긋한 대답도 하게 될 줄 알았다.
헌데
여전히 꿈 속같이 달그락 거리는 날개들
여전히 잡히지 않는 지나가는 아픔들
여전히 떠도는 내 그림자
여전히
2009. 9. 25 오렌지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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