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Now On...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 대한 반론 본문
나는 마흔이 되는 순간, 두려워질 것 같았다.
그건 스물이 되기 직전에도, 서른이 되는 직전에도 마찬가지였기 때문.
스물이 되기 직전엔 너무나도 많은 눈물을 흘렸고
서른이 되기 직전엔 너무나도 많은 매혹들 앞에 쓰러졌기 때문에
마흔 직전의 시간들도 다르지않을 거라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숨이 막힐 것 같다.
어떤 일이건, 사람이건, 혹은 그렇지 않은 막무가내의 이유로라도 나는 영 어려울 것 같다.
한 중년 여성이 미국에 몇 개월간 연수를 다녀올 일이 있었다.
한국에서처럼 빠듯하지 않을 터였으므로 그는 떠나기 전부터 미국에 도착하면
시간을 제대로 쓰기로 맘을 먹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주 어렸을 때부터
배우고 싶었건 걸 배우기 시작했다.
바로 발레였다.
마흔이 넘은 여성이 발레를 배우기 위해 발레 연습복을 차려 입고 초급반에 등장한 거였다.
우스웠을까?
아니면 아름다웠을까?
발레 교습소는 병아리 같은 아이들이 잔뜩 모인 연습실이었지만 어른이었고,
동양인이었고, 게다가 나이 마흔이었지만 오직 땀만이 그의 온몸을 타고 흘러내리면서
그 자신을 위로했을 것이다.
가슴은 쿵쾅거리고, 그 때문에 어지러웠을 것이고, 마침내 그토록
하고 싶었던 걸 시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속이 다 후련해져서 떼굴떼굴 마룻바닥을
뒹굴었을 것이다.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발등을 내려다 보는 그의 모습은 아마도 눈부셨을 것이다.
발끝을 세우고 여러 바퀴를 뱅그르 도는 발레 동작에 감동을 받은 그는,
꼭 한 번만이라도 그걸 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이유는 단 한 줄이지만, 목마른 이유다.
초급의 과정을 지나 토슈즈와 우아한 색의 로맨틱 튀튀(Romantic Tutu)를
입었는지 안 입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무엇을 하는 데는 과연 그렇게 많은 이유가 필요한 걸까?
이 병률 산문집 <끌림>중에서
몇 년 전에 미국 손님을 우리 부부가 가이드 담당을 했다.
80이 되신 장모님과 60이 넘은 노교수 부부가 한국을 방문을 했는데
인사동 거리를 거닐다가 늙은 엄마와 60넘은 딸이 거의 말다툼을 할 뻔한 일이 발생했었다.
어렸을 때 피아노를 늙은 엄마가 끝까지 가르쳐주지를 않아서 지금 아무 악기를 다룰 줄 모른다는 것.
80넘은 할머니는 네가 너무나 피아노 치기를 싫어했던 걸 기억하느냐고...
60넘은 딸은 그래도 엄마가 끝까지 밀고 나갔어야지 아이는 어려서 아무 것도 모르지 않느냐...
울 친정 엄마도 40이 넘은 나한테 돈을 주며 피아노를 사라고 하면서 놀래켰다.
내가 어렸을 때 간절히 배우고 싶어했던 걸 기억하기 때문이다.
난 피아노 대신 40이 넘어서 하기 어려운 일 중에 딱 한 가지 시도해 본 것이 있다.
토플 학원에 가서 고딩들과 2개월 동안 영어공부를 했다.
별로 중요할 것 같지 않았던 어렸을 때의 경험이
일생 일 대의 소망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엄청난 용기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아주 가끔 늙은 아줌마가 무릎 보호대를 하고 헬멧을 쓰고
인라인 스케이트를 연습하는 걸 본다.
그런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글 ..... 모련 (2006.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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