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From Now On...
201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당선 시 /가난한 오늘 /이 병국 본문
가난한 오늘 / 이병국
검지손가락 첫마디가 잘려나갔지만 아프진 않았다. 다만 그곳에서 자란 꽃나무가 무거워 허리를 펼 수 없었다. 사방에 흩어 놓은 햇볕에 머리가 헐었다. 바랜 눈으로 바라보는 앞은 여전히 형태를 지니지 못했다.
발등 위로 그들의 그림자가 지나간다. 망막에 맺힌 먼 길로 뒷모습이 아른거린다. 나는 허리를 펴지 못한다. 두 다리는 여백이 힘겹다.
연필로 그린 햇볕이 달력 같은 얼굴로 피어 있다. 뒤통수는 아무 말도 없었지만 양손 가득 길을 쥔 네가 흩날린다. 뒷걸음치는 그림자가 꽃나무를 삼킨다. 배는 고프지 않았다.
꽃이 떨어진다.
'느낌표!!!!!! >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월든 / 헨리 데이빗 소로우 (0) | 2022.03.28 |
---|---|
시....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김 광규 (0) | 2013.01.30 |
시 / 박정대 / 타인의 취향 (0) | 2012.05.13 |
[스크랩] 윌리엄 부게로(1) - 극과 극의 평가를 오가다 (0) | 2011.11.26 |
솔로몬과 시바의 여왕 (0) | 2011.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