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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윌리엄 부게로(1) - 극과 극의 평가를 오가다

오렌지 향기 2011. 11. 26. 12:03
 

윌리엄 부게로(1) - 극과 극의 평가를 오가다

_레스까페(Rescape) 선동기

http://blog.naver.com/dkseon00?Redirect=Log&logNo=140055351774  

 

아래 포스트는 네이버 블로그 ‘레스까페'에서 모셔온 것입니다. 쥔장 선동기님은 네이버 메인화면 ‘감성지수 36.5’에 서른 번 이상 소개될 만큼 ‘그림 읽어주는 남자’로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는 분입니다(2008, 2009, 2010 미술ㆍ디자인 네이버 파워블로그 선정). 미술사 책이 놓친 화가들을 쏙쏙 찾아내어 소개하는 그의 블로그는 매혹적인 그림은 물론이고 편안하고 따뜻한 이야기로 정평이 나 있죠. 그의 목표는 마음에 말을 거는 화가들을 500명 정도 찾아 소개하는 것. 방대 그 자체입니다. 닉네임 ‘레스까페(rescapé)’는 불어로 ‘생존자’라는 뜻. 대학 때 친구들과 만들었던 독서모임의 이름이었는데,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문패로 사용했다네요. 블로그에 올린 글과 그림을 모아 2009년 7월 31일 <처음 만나는 그림>이라는 책을 아트북스에서 펴냈습니다. 앞으로 자주 선동기님의 그림 이야기를 올리겠습니다. 앞서(11월 15일) ‘하이든 교향곡 94번 놀람’에서 잠시 소개했던 ‘윌리엄 부게로’의 그림을 첫 번째로 소개합니다. 글은 최소한의 교정만 보고 전재했으며, 보충설명이 필요할 때 붉은글씨로 간단히 적어 넣었습니다. _라라와복래

 

세잔에게 꼴통 중의 꼴통이라고 비난을 받은 사람이 있습니다. 아돌프 윌리엄 부게로(Adolphe William Bouguereau, 1825-1905)입니다. 부게로를 존경했던 이국적인 그림의 대가 앙리 루소가 그냥 지나칠 수 없었겠지요. “미완성 그림만 그리는 주제에...” 앙리 루소가 세잔에게 던진 말이었습니다. 살아서는 화가로서 최고의 명예를 누렸지만 세상을 떠난 후 미술사에서는 흔적을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묻혀버렸다가 다시 각광을 받고 있는 부게로의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어쩌면 이야기가 길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벌써부터 저의 마음이 부글거리기 때문입니다.

 

비블리스 Biblis 1884


물가에 탈진한 상태로 엎드려 있는 이 여인의 이름은 비블리스입니다. 그녀는 아폴론의 아들 밀레토스와 강의 신의 딸 카이네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오빠 카우소스와 함께 쌍둥이로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운명은 그녀가 오빠인 카우소스를 남자로 좋아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동생으로부터 사랑의 편지를 받은 오빠는 놀라 집을 떠납니다. 오빠를 찾아 온 세상을 떠돌던 그녀는 마침내 탈진해서 쓰러졌습니다. 끝없이 그녀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본 요정들은 그녀를 마르지 않는 샘이 되게 하였고 비블리스 샘이라고 불렀습니다. 가없는 사랑의 끝에 죽음이 찾아온 그녀의 흰 몸은 그래서 더욱 애처럽습니다.


부게로는 자신의 이름 중에 아돌프를 쓰지 않아서 보통 윌리엄 부게로라고 불립니다. 프랑스 화가들의 이름은 언제나 어렵습니다. 국내 자료를 보면 그의 이름을 부게로, 부궤로, 브케르, 브그르, 브그로로 표시를 하고 있습니다. 외국어를 한글로 옮기는데 이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고 보지만 그래도 정리를 하고 싶어서 그 이름에 대한 발음을 여기저기 뒤져보았더니 [boo-ger-oh]가 있더군요. 그래서 저는 '부게로'라고 표시하기로 하였습니다.

 

     어린 도둑들 Little Thieves 1872


담을 넘어 사과 밭에 가서 사과를 몰래 땄습니다. 언니가 먼저 담을 넘어 와서 동생을 안아 내리는 중입니다. 동생은 아직도 긴장을 하고 있는지 얼굴이 붉습니다. 그러나 둘의 표정을 들여다보면 한두 번 해본 솜씨는 아닙니다. 화면 가운데 위치한 모델들의 자세가 너무 안정적이어서 불안감이 없기 때문일까요. 오히려 눈부신 맨발이 안타깝습니다.


음악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천재는 모차르트입니다. 부게로에 관한 자료를 보면 어려서부터 미술에 대한 재능이 뛰어 나서 모차르트와 같았다고 되어 있습니다. 와인과 올리브기름 상인의 둘째아들로 태어난 그는 처음 학교에 입학해서 받은 노트와 교과서의 여백에 수많은 그림을 그렸고 아이들은 그의 그림에 대해 늘 시끌시끌했던 모양입니다. 따져보면 저도 초등학교 시절 교과서 페이지마다 그림을 그렸다가 맞은 기억이 많은데..., 지금도 제가 아톰이나 타이거마스크, 황금박쥐를 잘 그리는 이유가 되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자비 Charity  1878


상징이 많은 그림들은 보기가 어렵습니다. 도상으로 이미 알려져 있는 것들은 쉽게 이해가 되는데 한 발만 더 내디디면 깜깜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여인이 발로 누르고 있는 돈통과 바닥에 뒹구는 동전들은 ‘돈 그거 별 것 아니다’라는 상징입니다. 돈이 행복의 조건은 아니라는 것이죠. 반대편 발 옆에 있는 책은 지식을 뜻합니다. 책을 괴고 잠이 들었지만 아이에게 지식을 전하는 것은 온전히 어른들의 몫이기도 합니다. 열어젖힌 가슴은... 음식?


부게로의 아버지는 대를 이어 그를 상인으로 키우고자 했지만 집안 사정이 급격히 나빠지게 되었습니다. 할 수 없이 그의 부모들은 아이들을 친척들 집에 맡길 수밖에 없었는데 결과를 놓고 보면 부게로의 인생행로가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를 맡아 준 사람은 삼촌이었는데 그에게 그리스 신화와 고전, 라틴어, 역사, 그리고 성경과 관련 된 주제를 가르쳤습니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입니다.

 

     말등놀이 The Horse Back Ride 1884


언니가 동생을 등에 태우고 있습니다. 저도 어렸을 때 동생들하고 많이 했던 놀이입니다. 언니는 뭔가에 토라진 동생을 달래려는지 기꺼이 등을 내준 표정입니다. 동생은 언니의 옷을 단단히 붙잡고 있는데 표정을 보면 아직 덜 풀린 것 같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벌떡 일어나서 동생을 떨어트렸는데 아마 화면 속의 언니는 그런 야만적인 행동은 하지 않겠지요.


삼촌의 도움으로 고등학교에 입학을 해서 처음으로 그리기에 대한 수업을 받습니다. 훗날 부게로가 “어렸을 때 행복했던 기억은 없었지만 삼촌 집에 있었을 때는 행복했다”라고 한 것을 보면 집안 분위기도 좋았던 것 같습니다. 삼촌에 대해서는 신부로도 되어 있고 큐레이터라고도 되어 있는데 어느 것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큐레이터 신부님?

 

     프시케의 환희 The Rapture of Psyche 1895


정말 절묘한 보라색입니다. 프시케와 큐피드가 두른 보라색 천은 명암의 차이만을 가지고 화면이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합니다. 프시케는 언니들의 꾐에 빠져 잠든 남편 큐피드를 불빛을 켜서 확인합니다. 크게 실망한 큐피드가 떠나버리고 프시케는 그를 다시 만나기 위해 시어머니인 비너스를 찾아가서 애원하고 비너스는 온갖 관문을 만들어 프시케를 방해하죠. 아마 이 장면은 마지막 관문을 넘다가 잠의 신에게 걸려 영원히 잠을 자야 할 순간 나타난 큐피드가 프시케를 안고 하늘로 오르는 장면인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프시케의 표정은 안도 그 자체입니다. 그러나 큐피드의 표정은 좀 딱딱합니다. 혹시 프시케를 떠날 때 자기가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어서일까요. “의심이 자리 잡은 마음에는 사랑이 깃들지 못한다.” *필자는 Psyche를 ‘푸쉬케’라 적었는데 ‘프시케’로 바로잡습니다. ‘큐피드’는 그리스 신화의 ‘에로스’입니다. 뒤에 그림 설명에서는 에로스라 적고 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보르도에 있는 미술학교에 입학을 하지만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빠듯했던 부게로는 상표 디자인 같은 일을 합니다. 학교수업도 아침 이전에만 참석할 수 있었고 밤늦게까지 일을 했는데 어린 스무 살도 안 된 나이를 생각해보면 그의 끈기와 근면성이 놀랍습니다. 물론 이런 그의 자세가 그가 아카데미 스타일 그림의 대가가 될 수 있었던 힘이 되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휴식 Rest 1879


깨끗하지만 화려하지 않은 옷을 입은 엄마와 아이들 모습입니다. 엄마의 발밑에서 잠든 아이의 모습은 평화로움 덩어리입니다. 빤히 얼굴을 쳐다보고 있는 아이와 엄마는 참 당당해 보입니다. 특히 엄마는 부러울 것 없는 표정입니다. 멀리 보이는 교회의 종소리에 실려 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그럼, 세상 돈만 가지고 사는 것 아니거든...


수업도 제대로 받지 못한 부게로였지만 2등으로 졸업을 했습니다. 천재는 다른가요. 졸업 후 파리에 있는 에콜 데 보자르(École des Beaur-Art)에 입학하고 싶었지만 이때도 금전적인 문제가 그의 앞에 손을 번쩍 들고 길을 막아섰습니다. 그러나 그의 삼촌이 이때도 길을 막아선 문제의 팔을 꺾고 길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슈퍼맨 같은 삼촌입니다.

 

어린 거지 The Little Beggar 1880


어린 거지 소녀의 퀭한 눈은 이제 그녀의 여린 몸을 지탱하는 것도 힘들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벌린 손은 돈을 요구하고 있지만 구부러진 손가락은 뭐든 손에 쥐어지는 것은 놓치지 않겠다는 표시처럼 보입니다. 소녀의 뒤로 칼날 같이 서 있는 산들의 모습은 그녀가 처한 상황 같아서 섬뜩합니다. 이 아이를 위해서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요?


삼촌은 그 지역의 유력인사들의 초상화 그리는 일을 주선합니다. 가격을 정가로 했다고 하니까 비싼 가격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33장의 초상화를 그리고 난 후 부게로는 900프랑을 손에쥘 수가 있었습니다. 그의 어머니도 바느질일을 해서 아들에게 도움을 줍니다. 어머니는 항상 위대합니다. 그리고 그의 어머니는 무서웠습니다. 이유는 뒤에 말씀 드리도록 하죠. 드디어 부게로는 파리로 떠납니다.

 

비너스의 탄생 Birth of Venus 1879


부게로의 작품 중에서 우리 눈에 익은 것 중 하나입니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과 같은 모티브를 가지고 그려졌는데, 높이가 300cm이고 너비가 218cm의 작품 크기이니까 실물은 대단하겠지요. 특이하게 남자 인어가 등장했습니다. 소라를 부는 남자들이 인어입니다. 이 그림에는 총 22명이 묘사되어 있다고 하는데 아무리 세어 봐도 21명입니다. 그림 보다가 손가락 구부려가며 사람을 센 것은 처음입니다. 아직도 1명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나저나 수염 난 남자도 인어일까요...?


청운의 꿈을 안고 시험을 봤는데 하마터면 입학시험에 떨어질 뻔했습니다. 100명을 선발하는 시험에서 그의 성적은 99등이었습니다. 시골 천재가 파리에서 한방 먹은 꼴입니다. 시작은 비록 99등이었지만 그의 재능과 근면함이 어디 갔겠습니까? 고고학, 고대 의상학, 해부학을 배우면서 그의 성적은 점점 상승했습니다. 물론 파리에 오기 전 피코(Picot)의 화실에서 공부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부게로는 피코의 화실에서 잠 잘 시간이 거의 없이 노예처럼 일을 했다고 합니다. 자신을 스스로 그런 환경에 몰아넣은 듯한 느낌도 있습니다. 요즘 요행하는 말 있죠. “독하다 독해.”

 

맛만 봤어 Just a Taste 1895


잠시 후 같이 먹자고 했는데 먼저 한 숟가락을 먹다가 걸린 걸까요? 표정은 시치미를 떼고 있지만 눈은 미안한 듯, 약간 겁먹은 듯하지만 꼭 다문 입을 보면 뭘 그까짓 것 가지고 그러느냐는 듯합니다. 아이답습니다.


에콜 데 보자르에서는 매년 우수한 학생 10명을 선발해서 로마에 유학을 보내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입학한 3년째 그는 10명 중 3등의 성적으로 로마에 갈 기회를 잡았지만 국내 문제로 인해 취소되고 말았습니다. 그 다음 해에는 10명 중의 7번째였습니다. 4년간 로마 유학 기간 중 부게로는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 대작들의 구성과 형태에 대해 집중했습니다. 유학 기간 중에도 그림에 대한 그의 쉬지 않는 근면성과 인내심은 계속되었고 친구들이 그에게 붙여준 별명은 시시포스였습니다. 로마에 있을 때 가장 집중 했던 화가는 지오토였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미술사에서 진정한 천재는 지오토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이유는 지오토 이야기를 할 때 써 보겠습니다. 지난 번 로마에 갔을 때 지오토의 이탈리아 발음을 듣고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조또, 지오토의 이탈리아 발음입니다. *Giotto는 ‘조토’가 이탈리아어 바른 표기입니다. 여기서는 글 흐름에 따라 필자의 표기대로 두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 합니다. 부게로의 이야기를 반쯤 했거든요.

 

출처 : 라라와복래
글쓴이 : 라라와복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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