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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 데이비드 소로우

오렌지 향기 2022. 3. 29. 10:11

 

 

 

1845년의 3월 말경,  나는 도끼 한 자루를 빌려 들고 월든 호숫가의 숲속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호수 가까이에 집 한 채를 지을 생각으로 곧게 뻣은 한창때의 백송나무들을 재목감으로 베어 넘기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빌리지 않고 어떤 일을 시작하기란 어려운 법이다.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이웃들로 하여금 당신이 하는 일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은 너그러운 처사하고 할 수 있으리라.   도끼 임자는 나에게 도끼를 건네주면서, 자기가 너무나도 애지중지하는 물건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 도끼를 빌려 올 때보다 더 잘 들게 해서 돌려주었다.

   내가 일하던 곳은 소나무가 우거진 기분 좋은 언덕배기였는데 나무들 사이로 호수가 보였고, 어린 소나무와 호두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는 술속의 작은 빈터도 보였다.   호수의 얼음은 군데군데 녹아 물이 보이는 곳도 있었으나 아직 다 녹지는 않았으며, 온통 거무스레한 색깔을 하고 물기에 젖어 있었다.   내가 낮에 그곳에서 일하노라면 때로는 눈발이 날리기도 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가려고 철로변으로 나오면, 선로 옆의 노란 모래는 아지랑이 속에서 번쩍이며 끝없이 퍌쳐져 있었고, 선로 자체도 봄날의 햇빛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종달새와 피비새와 그밖의 새들이 사람들과 함께 또 한 해를 보내려고 어느새인지 화서들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흔쾌한 봄날들이 이어지면서 겨울 동안의 인간의 불만은 대지와 함께 녹아갔으며, 동면하고 있던 생명은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어느날 도끼 자루가 빠졌기에 호두나무의 푸른 가지를 잘라 와돌로 때려 쐐기를 박았다.   그러고는 자루가 다시 빠지지 않도록 물에 불리려고 도끼를 호수의 얼음 구명에 담갔는데, 그때 줄무늬 뱀 한 마리가 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 뱀은 내가 그곳에 있는 동안, 그러니까 15분 이상을 호수 바닥에 가만히 있었지만 별 불편을 느끼는 것 같지 않았다.   그것은 그 뱀이 아직도 동면 상태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었으리라.   사람도 이와 비슷한 이유에서 현재의 비천하고 원시적인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만약 참다운 봄의 기운이 자신을 깨운 것을 느낀다면 그들도 반드시 일어나 보다 높고 영묘한 생활을 지향할 것이다.

   나는 전에 서리가 내린 아침 길을 걷다가 뱀을 여러 번 만났는데, 이 뱀은 추위에 몸이 굳어 움직이지 못한 채 햇빛이 자신을 녹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4월 초하룻날에는 비가 내리면서 호수의 얼음이 녹았다.   그날 아침은 매우 짙은 안개가 끼었는데, 외톨이가 된 기러기 한 마리가 더듬듯이 호수 위를 날면서 길을 잃은 것처럼 또는 안개의 정령이라도 된 것처럼 끼룩끼룩 우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며칠 동안을 나는 작은 도끼 한 자루만 가지고 나무를 자르고 깍고 기둥과 서까래를 다듬었다.   남에게 전할 만한 생각이나 학자다운 생각은 별로 하지 않고 홀로 노래를 불렀다.

 

          사람들은 많이 안다고 말하지만

          보라!  그것들은 날개가 돋쳐 날아가 버렸다.

          모든 예술과 과학이,

           그리고 무수한 발명품들이,

            바람이 부는구나.

            우리가 아는 것은 단지 그것뿐.

 

    나는 주요 재목들을 사방 여섯 치의 각목으로 다듬었다.   기둥은 대개 양면만을 다듬고 서까래와 마루에 깔 널빤지들은 한쪽만을 다듬었으며, 다른 쪽은 나무껍질을 그대로 남겨 놓았다.   그래서 이 재목들은 톱으로 켠 것처럼 고르면서도 더 튼튼하기까지 했다.   이 무렵에는 다른 연장들도 빌려 왔으므로 재목의 그루터기에 장부나 장부 구멍을 만들어 조심스럽게 이어 맞추었다.

     나는 하루 종일 숲에서 일한 것은 아니었지만 거의 항상 점심으로 버터 바른 빵을 싸 가지고 갔다.   점심때에는 내가 베어낸 푸른 소나무 가지들 사이에 앉아 빵을 쌌던 신문을 읽었다.   손에 송진이 잔뜩 묻었으므로 빵에 소나무 향기가 스며들었다.   집을 다 지을 무렵 나는 소나무의 원수라기보다는 그 친구가 되었다.   왜냐하면 소나무를 여러 그루 베긴 했지만 이 나무를 아주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때로는 숲속을 거닐던 사람이 나의 도끼 소리에 끌려 내가 있는 쪽으로 왔는데, 우리는 잘라 놓은 나무 조각들을 사이에 두고 즐거운 한담을 나누었다.

   일을 서두르지 않고 공을 들여 했기 때문에 4월 중순경이 되어서야 뼈대가 짜여 세울 준비가 되었다.   나는 이보다 앞서 판자를 쓸 생각으로 피츠버그 행 철도 노선에서 일하는 제임싀 콜린스라는 아일랜드 사람의 판잣집을 사놓았었다.   콜린스의 판잣집은 꽤 쓸 만하다는 얘기를 듣고 있었다.

    내가 그 집을 보러 갔을 때 그는 집에 없었다.   나는 그 집의 바깥을 한번 둘러보았다.    창문이 높고도 깊숙이 붙은 까닭에 처음에 집안에서는 내가 온 것을 모르고 있었다.   이 자그마한 집은 오두막식으로 올린 뾰족한 지붕을 가지고 있었고 그밖에는 이렇다 할 만한 것이 눈에 띄지 않았는데, 그것은 집 주위를 돌아가며 퇴비더미처럼 흙을 5피트 정도의 높이로 쌓아 놓았기 때문이었다.  햇볕에 말라 꽤 휘긴 했지만 지붕이 제일 성한 편이었다.   문턱은 아예 없었고, 문짝 밑으로는 닭들이 노상 출입했다.   안주인이 나와 집 안도 둘러보라고 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닭들이 쫓기듯이 집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