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Now On...
가을 들꽃/ 비비 레이크에서 본문
코넬대 안에 비비레이크(Bee Bee Lake)라는 작은 호수가 있어요.
입구로 들어서자 가을 정취를 풍기는 나뭇잎들이 쌓여있어요.
조용한 일요일 작은 넘을 데리고 거닐어보았습니다.
호수 한 가운데에 떠있는 죽은 나뭇가지를 휴식처로 삼고 기러기인지 오리인지 새들이 쉬고 있습니다.
가을 들꽃이 핀 작은 길입니다.
바람에 가을이 묻어 오는
바람 거센 밤이면
지는 잎 창에 와 울고
다시 가만히 귀 모으면
가까이 들리는 머언 발자취.
낮은 게처럼 숨어 살고
밤은 잠 설치는 버릇.
나의 밤에도 가을은 깃들어
비인 마음에 찬 서리 내린다.
저 돌다리 밑으로 물이 아주 깊어요.
코넬대 써클에서 신입회원들의 담력 테스트를 하기 위해 저 곳에서 뛰어내리기를 시키기도 한답니다.
저도 한 번 우연히 보았는데 술이 약간 취한 학생들이 무척 겁먹은 상태에서 코를 잡고, 혹은 몇 번의
망설임 끝에 뛰어내린답니다. 아무리 젊어도 보기에 조금 불안하더군요.
벌써 물이 아주 차가워졌지만 다리까지 올라가보니 수건과 벗어놓은 양말이 있더군요.
누군가 수영을 하고는 놓고 가버렸나봐요.
우리나라의 개망초가 크기는 조금 다르지만 여기도 있구요.
노란색은 래그우드라고 미국 전역에 피어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고약한 꽃이지요.
온 숲의 나무란 나무들 다 추위에 결박당해
하얗게 눈을 쓰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때도
자세히 그 숲을 들여다보면
차마 떨구지 못한 몇 개의 가을 잎 달고 선
나무가 있다 그 나무가 못 버린 나뭇잎처럼
사람들도 살면서 끝내 버리지 못하는
눈물겨운 기다림 같은 거 있다
겨울에도 겨우내 붙들고 선 그리움 같은 거 있다
아무도 푸른 잎으로 빛나던 시절을 기억해주지 않고
세상 계절도 이미 바뀌었으므로
지나간 일들을 당연히 잊었으리라 믿는 동안에도
푸르른 날들은 생의 마지막이 가기 전 꼭 다시 온다고
죽은 줄 알았던 가지에 잎이 돋고 꽃 피고
설령 그 꽃 다시 진다 해도 살아 있는 동안은
살아 있기 때문에 기다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그렇게 우리 생도 짙어져간다는 것을
믿는 나무들이 있다
살아 있는 동안은 내내 버리지 못하는 아픈 희망
저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푸르른 그리움과 발끝 저리게 하는 기다림을
.....가을 잎 / 도종환
'책상서랍 속 앨범 > 나의 디카'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7 년 시월의 마지막날 할로윈 데이 (0) | 2007.11.02 |
---|---|
사과 농장에서..... (0) | 2007.10.14 |
가을 풍경입니다.^^ (0) | 2007.09.18 |
펜실바니아 여행 (0) | 2007.08.24 |
작은 꽃 (0) | 2007.08.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