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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 나리 개나리....기 형도 시 본문

느낌표!!!!!!/오늘의 단상

나리 나리 개나리....기 형도 시

오렌지 향기 2007. 4. 7. 06:42
 
 
 
 
 
 

                        누이여

                        또다시 은비늘 더미를 일으켜세우며
                       시간이 빠르게 이동하였다
                       어느 날의 잔잔한 어둠이
                       이파리 하나 피우지 못한 너의 생애를
                       소리없이 꺽어갔던 그 투명한
                       기억을 향하여 봄이 왔다
 
                       살아 있는 나는 세월을 모른다
                       네가 가져간 시간과 버리고 간
                      시간의 얽힌 영토 속에서
                      한 뼘의 폭풍도 없이 나는 고요했다
                      다만 햇덩이 이글거리는 벌판을
                      맨발로 산보할 때
                      어김없이 시간은 솟구치며 떨어져
                      이슬 턴 풀잎새로 엉겅퀴 바늘을   살라주었다
 
                      봄은 살아 있지 않은 것은 묻지 않는다
                      떠다니는 내 기억의 얼음장마다
                      부르지 않아도 뜨거운 안개가 쌓일 뿐이다
                      잠글 수 없는 것이 어디 시간뿐이랴
                      아아, 하나의 작은 죽음이 얼마나 큰 죽음들을 거느리는가
                     나리 나리 개나리
                     내가 두드릴 곳 하나 없는 거리
                     봄은 또다시 접혔던 꽃술을 펴고
                      찬물로 눈을 헹구며 유령처럼 나는 꽃을 꺽는다
 
                               .........기 형도 <나리 나리 개나리>
 
 
 
                                                    봄인데 너무 우울무드인가요?
                                                     곁에 없는 사람을 이 봄에 그리워하신다면
                                                    꽃을 보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으시다면


                                                      한번쯤 떠다니는 기억의 얼음장을 녹이고


                                                 실컷 그리워 해보세요.
 
                                                                                ..... 모 련(20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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