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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각사 / 미사마 유키오 지음 본문
<금각사>는 미시마 유키오가 왜소한 체구와 예민한 감수성으로 인하여 유약했던 젊은 시절에서 육체적인 감각과 지성에
몰두하기 시작하는 시기의 작품으로 육체적 지성이라는 주제가 돋보이는 수작이었다.
문장이 무척 화려해서 요즘의 내가 찾고 있는 책이었다. 문장도 화려하지만 그 깊이도 좋았다.
약간 어두운 그의 내면세계가 조금 불안해보이지만 최근에 만난 책들 중에 단연 돋보이는 수작이었다.
그가 국화꽃에 대해 표현한 부분을 옮겨 적어 본다.
....어느 날 나는, 방 뒤꼍에 있는 밭에서 작업을 하던 도중에, 자그많고 노란 여름철 국화꽃에 벌이 찾아오는 모습을
바라본 적이 있다. 햇빛이 가득한 가운데 금빛 날개를 붕붕거리며 날아온 꿀버은, 수많은 국화꽃 중에서 하나를 골라, 그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고 있었다.
나는 벌의 눈이 되어 보려고 하였다. 국화는 한 점의 흠집도 없이 노랗고 단정한 꽃잎을 벌리고 있었다. 그것은 그야말로
자그마한 금각처럼 아름답고, 금각처럼 완전하였지만, 결코 금각으로 변모하는 일이 없는 국화꽃 한 송이일 뿐이었다.
그렇다, 그것은 확고한 국화, 한 송이의 꽃, 아무런 형이상학적인 암시도 지니지 않는 하나의 형태에 머물러 있었다.
그것은 이처럼 존재의 절도를 유지함으로써, 넘칠 듯한 매력을 풍기며, 꿀벌의 욕망에 어울리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형태도
없이, 비상하고, 흐르며, 약동하는 욕망 앞에서, 이렇듯 대상으로서의 형태에 몸을 숨긴 채로 숨쉬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신비스러운 일인가! 형태는 서서히 희박하여져, 무너질 듯, 떨며 전율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국화의 단정한 형태는
꿀벌의 욕망을 본떠서 만든 것이며, 그 아름다움 자체가 예감을 향하여 꽃피운 것이니까, 지금이야말로, 삶에 있어서 형태의
의미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형태야말로, 형태도 없이 유동하는 삶의 거푸집이며, 동시에, 형태도 없는 삶의 비상(飛翔)은,.
이 세상의 모든 형태의 거푸집인 것이다......
꿀벌은 그리하여 꽃의 깊숙한 곳으로 돌진하여, 꽃가루에 뒤범벅이 되어, 도취감에 빠져들었다. 꿀벌을 받아들인 국화꽃은,
그 자신이 노란색의 화려한 갑옷을 입은 별처럼 되어, 지금이라도 줄기로부터 벗어나 비상할 듯이 격렬하게 몸부림치는 것을
나는 보았다.
이 소설은 1949년 일본의 절 <금각사>를 불태운 방화범 하야시 쇼겐(본명 요켄)을 주인공으로 삼아 미의 절정체로 삼은 금각에
대한 열정을 그린 작품이다.
작가 미사마 유키오는 어렸을 적 말 더듬는 증세로 외톨이로 자라면서 느꼈던 소외감과 그의 머릿속에서 미의 결정체로 삼은
금각사로 인해 사람과의 관계에서 점점 실패하고 심지어 여자관계에까지 금각사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여 금각과 함께
자살하는 스토리를 방화범의 심리를 내면화시켜 그려내었다.
어둡고, 음울하고, 미에 대해 비현실적인 허구를 쫓는 인간의 내면이 적나라하게 그려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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