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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오렌지 향기 2006. 8. 13. 13:44




아무도 가지 않은 길 위에 내가 서 있습니다


이제는 뒤돌아보지 않겠습니다






깊은 밤에도 소망은


하늘로 가지를 뻗어 달빛을 건지더라






한 모금 햇빛으로


저토록 눈부신 꽃을 피우는데요


제게로 오는 봄 또한


그 누가 막을 수 있겠어요





문득 고백하고 싶었어


봄이 온다면


날마다 그녀가 차리는 아침 식탁


내 영혼


푸른 채소 한 잎으로 놓이겠다고





가벼운 손짓 한번에도


점화되는 영혼의 불꽃


그대는 알고 있을까





온 세상을 뒤집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한 그루 나무를 보라





언젠가는 가벼운 먼지 한 점으로


부유하는 그 날까지


날개가 없다고 어찌 비상을 꿈꾸지 않으랴





아직도 누군가를 죽도록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


이게 바로 기적이라는 건가





어디쯤 오고 있을까


단풍나무 불붙어


몸살나는 그리움으로 사태질 때


세월이 흐를수록 마음도 깊어지는 사람 하나





가을이 오면


종일토록 내 마음 눈시린 하늘 저 멀리


가벼운 새털구름 한자락으로 걸어 두겠네




팔이 안으로만 굽는다 하여


어찌 등 뒤에 있는 그대를 껴안을 수 없으랴


내 한 몸 돌아서면 충분한 것을




나는 왜 아직도 세속을 떠나지 못했을까


인생은 비어 있음으로


더욱 아름다워지는 줄도 모르면서

 

 

                                                                    글.그림 : 이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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