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느낌표!!!!!! (173)
From Now On...
거리에서 한 여자가 스쳐간다 불현듯 아주 낯익은, 뒤돌아본다 그녀는 나와 상관없는 거리로 멀어진다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 철 지난 외투 주머니에서 발견된 메모지처럼 그녀는 기억의 지느러미를 흔들고 거슬러 오르면 전생의 내 누이, 그보다 몇 겁 전생에서 나는 작은 바위였고 그녀는 귀퉁이로 ..
내겐 허무의 벽으로 보이는 것이 그 여자에겐 세상으로 통하는 창문인지도 몰라 내겐 무모한 집착으로 보이는 것이 그 여자에겐 황홀한 광기인지도 몰라 누구도 뿌리내리지 않으려는 곳에 뼈가 닳아지도록 뿌리내리는 저 여자 잿빛 담장에 녹색의 창문들을 무수히 담고 있네 질긴 슬픔의 동아줄을 엮..
슬그머니 가려워지는 몸 밖의 온기. 햇살일 줄이야 案山 줄기따라가늘게흔들거리는 하늘과 빨랫줄 사이 눈부시게 펄럭이는 흰 러닝셔츠. 그것이 눈물일 줄이야 지난겨울 동침한 너도 긴 몸살 끝내고 밖으로 나와 허물 벗는구나 가파른 골목길 기어오르는 사내의 여윈 등 뒤에서도 오르르 봄 햇살 몰..
* 나의 초상 - 김광섭 나를 금매지라 부르던 할머니가 나의 초롱을 만들어 불당(佛堂)에 달고 가셨다 꿈에 그 초롱이 와서 들여다 보니 무지개가 나려와 촛불에 타서 재가 소보록했다 * 고혼(孤魂) - 김광섭 콧구멍을 막고 병풍 뒤에 하얀 석고처럼 누웠다 외롭다 울던 소리 다 버리고 기슭을 여이는 배..
잊혀진 상처의 늙은 자리는 환하다 환하고 아프다 환하고 아픈 자리로 가리라 앓는 꿈이 다시 세월을 얻을 때 공터에 뜬 무지개가 세월 속에 다시 아플 때 ......허수경, <공터의 사랑> 중에서 무언가 아주 사소한 것을 찾는데 한 시간이 걸린다. 삼 년만에 또 이사를 한 지금 아주 사소한 것이 아주 ..
MAXIMILIEN LUCE (1858-1941) LA BAIGNADE DANS LA CURE OIL ON CANVAS,18 x 24.25 INCHES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 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매년 보는 크리스마스 트리 다들 제각각 해마다 점점 이쁘게 점점...경쟁적으로 치장하는 것 같다. 아파트 입구를 어둑어둑해질 즈음 올라가는데 위 쪽에서 적당히 퉁퉁하고 전형적인 아줌마 퍼머 머리에 대충 걸친 점퍼에...특별한 점이라곤 눈 씻고 봐도 없는 아줌마가 내려오더니 내 옆에 서서 아파..